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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학 정보/일반의약품

멍 빼는 연고, 진짜 멍 빠지나요? 논문 덕후 약사가 집요하게 찾은 자료를 공유합니다. (feat. 노블루겔, 중외제약 조금 실망이야..)

by 약디 2023. 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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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에서 살 수 있는 멍·타박상에 사용하는 연고

오늘 약국에서 일하다가 문득 눈에 들어온 것이 있는데요, 바로 노블루겔이라는 의약품입니다. 소위 '멍 빼는 연고'로 통하는 노블루겔의 성분은 무엇이고, 어떤 원리로 효과를 나타내는지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대충 검색해도 나오는 내용들 말고, 제 성에 차는 Evidence-based 자료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모든 레퍼런스는 하단에 기재되어 있습니다.)

 

 

멍은 왜 생기는가

멍은 외부의 충격이나 둔탁한 힘 등에 의해 피부 아래의 모세혈관이 파열되어 혈액이 주변 조직으로 빠져나가 변색을 일으키는 현상입니다. 손상된 모세혈관 내피에서는 출혈을 최소화하기 위해 혈관을 좁히는 호르몬인 endothelin을 분비하고, 혈액 응고를 촉진하는 von Willebrand 인자가 노출되어 응고된 혈액 덩어리가 만들어집니다. 멍의 초기에는 헤모글로빈의 색깔로 인해 붉거나 빨간 색상이 나타나며, 이후 헤모글로빈->빌리베르딘->빌리루빈->헤모시데린 순으로 분해되면서 청색-녹색-갈색/노란색 순으로 변합니다. 이 물질들이 제거되면 멍이 사라지게 됩니다.

 

노블루겔의 성분: 헤파리노이드(heparinoid)

헤파리노이드는 glycosaminoglycan 유도체에 속합니다. 이는 널리 사용되는 항응고제인 헤파린의 대체물질로 개발되었으며,  헤파린의 출혈 합병증 및 헤파린 유발성 혈소판 감소증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도 유사한 효과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노블루겔의 효능·효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헤파리노이드(heparinoid)가 성분인 노블루겔은 아래와 같은 효능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 외상(타박상, 삠, 멍) 후의 통증ㆍ혈종ㆍ힘줄주위조직염ㆍ근육통ㆍ관절염
  • 혈전성정맥염
  • 혈행장해에 의한 통증과 염증성 질환(주사 후의 단단해짐 및 통증)
  • 동창
  • 비후흉터ㆍ켈로이드의 치료와 예방
  • 주부습진의 건조형
  • 근육성 기운목(유아기)

이 중 멍과 관련된 것으로는 '멍든 후에 겪는 통증, 혈종(장기나 조직에 출혈된 혈액이 고여있는 상태) 및 염증'에 효과가 있다고 나와있습니다.

 

헤파리노이드(heparinoid)의 작용기전

헤파리노이드의 모든 작용기전이 완전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아래와 같은 메커니즘을 통해 약리작용을 나타냅니다.

  • 항응고 작용 (Anticoagulant activity): 헤파리노이드는 헤파린과 마찬가지로 혈액 속에 존재하는 항응고물질인 antithrombin III의 활성을 증가시킴으로써 응고 인자(특히 Xa, thrombin)를 억제하여 혈액 덩어리가 만들어지는 것을 막아줍니다. 
  • 항염증 작용 (Anti-inflammatory activity): 헤파리노이드는 항염증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면역 세포에서 염증 매개물질의 방출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또한 면역 세포의 부착과 이동에 관여하여 염증 반응을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 섬유소 용해작용 (Fibrinolytic activity): 헤파리노이드는 plasminogen을 plasmin으로의 변환을 촉진시키고, plasmin은 응고된 혈액 덩어리가 분해되는 것을 도와줍니다. 

작용기전을 공부하던 중 노블루겔 제품 뒷면에 실린 연구 결과를 보고 해당 논문을 찾아 읽어보았는데요, 몇 가지 허점을 발견하였네요.

 

 

1) 노블루겔은 2017년에 나왔는데, 무려 32년 전인 1985년도 논문을 상품 표지에 실었다.

 다소 outdated 되지 않았나 싶지만 헤파리노이드에 대한 최신 연구가 많지 않고, 해당 논문이 가장 좋은 결과를 보여서 그런 거라면 끄덕끄덕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2) 서지 정보(빨간색 밑줄 친 부분)를 잘못 기재했다!! (←아니 이게 말이 되냐구..!!)

밥 먹듯이 논문을 찾는 사람으로서, 서지 정보가 있는데 논문을 바로 못 찾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인데... 아무리 찾아도 안 나와서 수없이 저 내용의 논문을 찾아 돌아다닌 결과, 잘못 기재된 것임을 발견했습니다.

 

  • 저널명 약어 오기: Thromb Heamost가 아니라 Thromb Haemost
  • 페이지 오기: 345-5 (이대로라면 한 페이지짜리 논문이라는 건데, 말이 안 됨ㅋㅋ)가 아니라 343-345 (343-5로도 표기함) 임
  • 저자명 없음..
    -> 최소한 Larsson B, et al. Thromb Haemost. 1985;53(03):343-345. 라고는 써줘야지 제대로 찾을 거 아니냐며ㅠㅠ 내가 낭비한 시간 돌려줘...

노블루겔 제품 뒷면에 실린 연구 결과가 발표된 논문이 바로 아래 논문인데요, Hirudoid cream(=해외에서 유명한 헤파리노이드 성분 크림)을 사용한 군과 위약을 사용한 군으로 나눠서 피하에 생긴 혈종(출혈된 혈액이 고여있는 상태)이 얼마나 잘 흡수되는지 확인한 연구입니다. 

 

 

연구에서 혈종의 50%가 흡수되기까지 걸린 시간을 측정하였는데요,  Hirudoid 크림 사용군은 50시간, 위약군은 96시간이 걸렸습니다. 확실히 위약군 대비 Hirudoid 크림을 사용한 군에서 혈종의 흡수가 유의하게 빨랐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시 작용기전으로 돌아와서,

노블루겔의 멍 빼는 작용기전은 앞서 말한 항응고, 항염 작용도 일리가 있지만, 실제 헤파리노이드 크림에 대하여 유의한 연구 결과를 보인 absorption of subcutaneous haematomas, 즉 피부 밑에 고인 혈액 덩어리를 조직 내로 흡수하는 것이 가장 주된 메커니즘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건 약디 피셜)

 

멍 빨리 빼고 싶을 때 노블루겔 구매 할 건가요?

결론: 멍이 많이 심하고 보기 흉한 자리에 생겼다면 살 것 같습니다.

 

주의 사항

  1. 출혈 경향이 있는 환자는 꼭 미리 전문가와 상의하세요.
  2. 눈 주변 및 점막 부위에는 사용하지 마세요.
  3. 5세 이하는 사용하지 마세요.

 

 

References

1. Vecchio C, et al. Topically Applied Heparins for the Treatment of Vascular Disorders. Clin Drug Invest 2008;28(10):603-614

2. Kayne SB. Sport and Exercise Medicine for Pharmacists. Drugs for bruising (page 169).
3. Vinay K, et al. Robbins Basic Pathology 2007 (8th ed.). Saunders Elsevier. p. 86
4. Mestechkina NM, et al. Sulfated polysaccharides and their anticoagulant activity: A review. Appl Biochem Microbiol. 2010;46:267–273.
5. Young E, et al. The anti-inflammatory effects of heparin and related compounds. Thrombosis Research. 2008;122(6):743-752.
6. Chen J, et al. Anticoagulant and Fibrinolytic Properties of Two Heparinoid Compounds Prepared from Shrimp Waste. Foods 2023;12(1):66.
7. Larsson B, et al. Percutaneous Treatment with a Mucopolysaccharide Polysulphate of Experimentally Induced Subcutaneous Haematomas in Man. Thromb Haemost. 1985;53(03):343-345.

8. 식품의약품안전처 > 의약품안전나라 > 노블루겔 제품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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